할머니에게 아이 맡기기 BLAH BLAH

나는 워킹맘으로
아이를 전담할 수가 없다.
그래도 할머니, 외할머니가 아이들을 맡아 주시겠다고
흔쾌히 허락하셨던 행복한 사례다.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난감한 워킹맘이라거나
베이비시터, 혹은 육아 기관에 맡기고 맘 졸이는 워킹맘에 비해서는
확실히 행복한 케이스건만
나도 역시 만만치 않은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할머니들의 건강.

우리 엄마 김민영씨는.
린이를 내가 낳게 되면서
나이 52세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할머니가 됬다.
어머니가 린이를 맡아 주시기 전,
린이를 맡아주시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계시는 동안
산후조리부터 근 1년동안
린이를 봐 주셨다.
지금도 두달간 민이 봐 주실 계획이고.

하지만 이 엄마.
우리 어머니 말씀을 빌어 말하자면
<허깨비>다;

골골 80이라는 허깨비.
보통 몸이 약해도 약한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잔병 치례로 골골거렸다.
덕분에 이모들이랑 외할머니가
너희 엄마는 정말 몸이 약해.. 를 입에 달고 사셨었지.

덕분에 우리 두 딸이 신세지는 동안 외할머니를 넉다운 시켰다.
린이 때는 헤르페스가 급습해 오더니
민이 때는 지혈이 되지 않는 코피로
119에 실려갔다.
숨도 못 쉴 정도로 피가 쏟아져서 다들 패닉상태;
(우리 생애 최초로 119 불러봤다;)
지금 사실;
피로 범벅이 되버린 안방을 치우고
세번째로 119를 불러 엄마를 보낸 후 쓰는 착잡한 심정의 글.

119가 완전히 엄마 개인 기사가 되버렸누나.
아줌마 이제 큰 병원가셔서 다른 거 없나 진찰받아야 겠다고 하셨다더라

누가 산후 조리를 해야하는지;
뭐 이건 산후조리만 했다 하면 엄마가 아파서 뒤로 넘어가니
산후 조리 중에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나

그러고보니 어제는 한번 엄마랑 투닥거리고 싸웠더란다
아무래도 나도 힘들고 짜증나도
백번 참고 즐겁게 지내려해도
에미와 딸인데.
육아로 나도 안 힘들 수가 없고 지쳐 있는데
뭔가 하나가 폭발하니까 솔직하게 드러내지고 싸우게 되더라
그랬더니 혈압이 좀 올라가니
한번 터진 코피가 또 터져서
또 드러눕는 엄마;
다행히 어제는 지혈이 됬지만.

싸우지도 못하겠고;
백번 즐겁게 지내다 한번 삐끗하면 저렇게 되니;
난 어디가 아프다고 힘들다고 유세도 못하겠다;
걱정도 되고 엄마가 아프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그냥 민이 끌어안고 한숨만 쉬게 되네.

휴우;

지금 린이를 맡아주시고
곧 민이도 함께 맡아주실 시어머니.
어머니의 건강도 만만치 않으시지.

하지만 어머니는 허리 디스크가 있으시다.
린이를 맡으신 후로 디스크는 더 심해지셨다.
린이가 손을 타서 많이 안기고 업혀 지냈거든
최근엔 관절도 안 좋으시다.
허리 아프고 관절 안 좋은 건
정말 당사자가 당해봐야 아는 고통으로
고통이 엄습해 올 때마다
기어다니시는 어머니를 뵐 때마다 정말 착잡하다
한번 퇴근 후에 시댁에 갔는데 어머니께서
서지도 못하시고 거의 기어다니시던 모습을 보고
정말 얼마나 죄송스럽고 착잡하던지..

그래서 언제나 죄인 된 기분으로 어머니를 대한다
어머니도 몸이 약하시지만
우리 엄마를 보며 혀를 끌끌 차신다.
나도 몸 약한데 너희 엄마 보고는 암말 못하겠다고..

할머니들 건강 잡아먹는 나는 못된 딸에 못된 며느리다.
딸들과 항상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못된 엄마다.
온갖 못된 탈은 다 뒤집어 쓰게 된다.
이거원. 누구를 위해서 돈을 벌고 일을 하고 있는지..
나와 오빠를 위해서밖에 안되는지.. 착잡하다. 

어쩌면 좋지
OTL

음... 교육면에 대해서는 걱정도 없고 다행이다.

어머니는 내가 보기엔 정말 육아계와 교육계의 큰손!+ㅁ+으로 보일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피아니스트,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었던 경력을 자랑하시어
린이가 덕분에 어머니의 예쁜 말씨를 닮아 예쁘게 말하더라.
공부도 은근히 잘 시키시고
뭔가 해야겠다! 싶으시면 은근히, 끈기있고, 집요하게 추진하시는 분이라
린이 봐주시는 도중 도중에 린이에게 은근하고 자연스럽게
학습지 복습을 시키시는 모습을 보며
괜히 두 아들 공부 잘했던 게 아니었어...
싶더라.
전형적인 싸커맘 타입에 강남 엄마형.

그래서 지금 현재. 어머니의 육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걱정이 없다.
오히려 나보다 잘 봐주시니까.
이건 정말 행복한 케이스겠지.
이런 행운이 흔치 않거든

육아 방법이 틀려서 집안 어른들에게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속만 썩히는 며느리나 딸들이 허다하니까.
나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을 순 없지만
어머니는 내 말에 귀 기울여주시는 편이다.
정말 행운 중의 행운.
좋은 시댁을 만난 건 사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육아로 나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현재 어머니께 육아비로 드리는 비용은
엄청나게 많지도 않으나
내 월급이나 오빠 월급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금액.
린이의 유아원 비용까지 합하게 되면 내 월급이 훌쩍 날아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린이를 거두면서 사용하시는 금액에 비해 턱없이 모자르지.
민이까지 거두시게 되면 더 힘들어지실테고
정말 딜레마이다.

더 드리기도 힘들고, 아낄 수는 없고.
어찌해야할련지.

우리 엄마는 나에게 돈을 쓰시는 타입.
휴. 뭔가를 사주시고 보태주실 때마다
받아쓰면서도 죄송한 이 심정.
이젠 용돈 드려야 할텐데 말야.
아직은 아빠가 일하고 계시지만.
회사 퇴직하고나시면 나도 용돈 척척 드리고 하고픈데...

할머니에게 아이 맡기는 건
맘이 한편으로는 편하나
한편으로는 무겁고 죄송스럽다.
그 면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내가 감당해야하니...
너네 애 키우다가 내 몸 잘못 됬다! 라고 말 하실 분들은 아니지만
늘 죄인 된 마음으로 대하는 것도 정말 불편하고 힘들다.
한숨이 늘어가는 오늘이로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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