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핑크를 만나다. LYNN!


 난 핑크를 좋아해 본 역사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페이버릿 칼라는 단연 블루였다.

물론 주변에 핑크로 중무장을 했던 친구들은 많이 본 적이 있었지.
홍매색과 꽃분홍, 베이비 핑크, 인디언 핑크.
각종 총천연색의 핑크들로 
도배를 한 친구들이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아니었거든. 난 아니었어.

사실 내가 그랬기에 린이도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린이가 서서히 색깔에 대해 인지를 할 무렵부터
유난스레 초록에 집착을 했기 때문에
핑크병이 린이에게 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 안했었다.
뭘 집더라도 초록부터 집는 린이었으니까.
그렇구나 초록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린이의 세컨드 웨이브는 핑크.

다른 엄마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거 되게 오래 간단다.
하아...
orz

<핑크사랑 진행중>

린이의 퍼스트 웨이브는 튼튼영어 소방차 아저씨였다.
그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도 못한다.
모든 대화 속에 소방차 아저씨가 등장했고
그 책은 닳디 닳을 정도로 린이가 읽고 또 읽었다,
테이프를 또 붙이고 붙이고 항상 손에 들고 다니고
심지어는 그걸 가지고 자다가 오줌을 싸서 닦아 말리기도 했다.
너무 많이 반복해서 아직도 나도 외우고 있을 지경이다.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솔직히 고문이었다.
나도 새로운 것좀 읽어주고 싶다고!!!!!!!!!!:

소방차에 관련된건 무조건 손이 갔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린이를 데리고 소방서 견학을 갔을 정도로
소방차 아저씨만 보면 그저 행복한 웃음만 지을 정도로
정말 첫사랑을 시작한 19세 소녀같이
들뜬 사랑의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린이를 보면서
나와 오빠는 소방관 사위를 보는건 아닌가
아니 린이가 소방관이 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단다.

근 8-9개월이었을거다.
짧지 않게. 상당히 강렬히.린이와 소방차는 함께 하다가
어느 순간 소방관 아저씨는 린이에게서 멀어지고
드디어 금단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다.


핑크.


어디에서 듣고 왔는지.
(우리 추정으로는 아마 놀이학교. 아니면 놀이터 친구일거다)
핑크는 여자색. 블루는 남자색이라는 말을 듣고 왔다.
가뜩이나 그때 남자와 여자 차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관심사로 갖고 있던 린이에게
이 말은 큰 폭탄이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의식적으로 핑크를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세컨드 웨이브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정말 광풍이다.

핑크 색종이만 자르려 하고 핑크 색연필만 쓰려고 하고
핑크 옷만 입는건 당연하고 모든게 핑크핑크핑크핑크핑크
핑크 무더기다
핑크 무더기야

엄마 살려줘.ㅠ0ㅠ

<엄마의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당연히 핑크는 남자도 할수 있고 여자도 블루 할 수 있다고 말해줬고
린이도 그렇다고 긍정했으나
한번 박힌 그 이념은 너무나도 린이 머리속에 강하게 뿌리박혀서
도무지 빠지질 않는다!;
정말 우리 판매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득하고 싶은 심정,
핑크. 남자들한테도 잘 팔린다고.
카멜 핑크. 베스트 칼라 중의 하나라구.

특히 옷 관계로는 골치가 여간 아픈게 아니다.
린이에게는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혀주고 싶고
특히!!! 어딘가 나갈때 핑크로 도배한 아이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던 나는 언제나 옷 입힐 때마다 린이와 씨름한다.

핑크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기세로
떼쓰는 린이 때문에
<무지개 소녀>를 고안해냈다.
알록달록 무지개를 좋아하는 린이에게
<무지개 소녀>가 되려면 모든 색상의 옷을 다 입어야 하고
색깔 게이지를 채워야 한다는 미션을 준 것이다!

자기도 무지개 소녀가 될거라곤 했지만..
위대하신 핑크님에게는 무지개요정따위 ㅠㅠ 
무조건 핑크핑크핑크다.

민이의 핑크 색상 옷들도 모조리 린이의 눈엔 질투의 대상.
민이 옷도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다 핑크다.
아기들 옷이야... 딸 옷 선물 주면 으레 핑크 주지 않는가.
J언니가 준 핑크 드레스와 날개달린 폴프랭크 핑크 바디수트도
린이가 강렬하게 탐하더니
나도 민이처럼 날개달린 핑크 옷 입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하이고 진짜 머리아파 ㅠㅠ
그 작은 옷을 입어보려고 머리를 끼워 넣는 린이를 보면 도무지 답이..

한번은 거기다 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얘기했다.

<왜 다른 친구들도 핑크를 가지고 있어요?

린이만 핑크 갖고 싶어요>


이젠 소유욕까지 ㅠㅠ

이 핑크병 언제까지 가려나.

하지만 소방차 아저씨가 그랬듯이 언젠간 시들해지겠지 ㅠㅠ
그렇겠지?

<TV보다가 핑크 플레이도우를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_=;
결과는. 나에게 혼났다 ㅠㅠ>

ps/

어느 아이 브랜드건 핑크 코너가 꼭 있고
어느 만화건 핑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걸 보니
이 핑크 열병은 인터내셔널하구나
orz

ps 2/

최근 온갖 핑크로 점철을 한 린이의 모습은
아직은 차마 사진 못 올리겠다 ㅠㅠ
홍매색부터 진달래색까지 깔별로 다 깔았다.
다른 색깔로 어떻게든 섞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올핑크는 정말 싫었다구 ㅠㅠ
하지만 다른 색깔 입히려고 하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데
어쩌란 말이더냐.
<속상해. 그래도 속상해> 하고 눈물 방울방울
내가 린이의 취향에 적응해야지 끙 ㅠㅠ

하나에 빠지면 쑤욱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는게
제 어미 제 애비 닮은게다 ㅠㅠ
오덕의 첫걸음인가 ㅠㅠ

덧글

  • thinkpad 2010/08/25 18:28 # 답글

    제 첫째 딸애 서영이도 요즘 핑크를 가장 선호하긴 하는데 린이 정도는 아니군요 흐흐..
  • haru 2010/09/03 15:19 #

    린이가 원래 좋아했던 색깔은 초록이었는데 ㅠㅠㅠㅠ 얘는 하나에 빠지면 정말 심하다싶을 정도로 폭 빠져버려서말에요 ㅠㅠ 소유욕까지 생겨버려서 휴;ㅁ;
  • 더카니지 2010/08/25 23:07 # 답글

    무지개 소녀는 참 멋진 아이디어네요~
    핑크색이 주변과 비교하면 좀 이질적인 색깔이긴 하죠 ㅎㅎ
    그나저나 린이는 정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haru 2010/09/03 15:20 #

    과연 오덕부부의 딸이구나 싶어요 이럴때는 ㅎㅎ
    열심히 하나만 파더라구요 ㅠㅠ
  • 승진맘 2010/09/01 22:53 # 삭제 답글

    ㅎㅎㅎ 요즘 승진이도 핑크를 좋아하더라구요. 원래 노랑색을 제일 좋아했거든요. 그러더니 요즘은 자기가 핑크가 좋대요. 그러면서 린이도 핑크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강도가 그렇게 세지는 않아서 핑크옷만 고집하거나 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린이가 입고오는 핑크색이 예쁘게 보였나 보지요.

    참, 그런데 린이는 6살에는 어디로 보내실 계획이세요? 킨더슐레는 잉글리쉬러닝베이로 바뀐다는데.
    원장님도 9월 한달은 쉬신다고 하구. 덕소원 얘기도 있구. 요즘 킨더슐레가 어수선한가 싶기도 하구요.
    킨더슐레에 잘 적응해서 한시름 놓고 있었더니 또 앞으로 어딜 보내냐가 고민이 되네요..
  • haru 2010/09/03 15:25 #

    요새 린이가 승진이 얘기를 많이 해요! 승진이가 그림을 무척 잘 그린다면서 승진이처럼 그리고 싶다고 집에서 연습도 하더라구요 >_<
    안그래도 킨더슐레 본사 자체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는 소문이 있더라구요. 경영난 얘기는 늘 있어왔다고 하고. 너무 좋은 시스템에, 만족하고 잘 보내고 있었는데. 심지어 원복까지 구입하고!: 그래서 갑자기 전환한다는 소식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안타까움이 더 크더라구요. 참 좋았는데, 다른 회사에서 인수 안하나 싶기도 했고. 저희도 많이 고민중이랍니다.
    러닝베이 설명회도 어머니께서 다녀오셨는데, 괜찮다고 하시기도 하고.. 더구나 킨더슐레 프로그램이 워낙 좋아서 거의 대부분 프로그램 가져갈거라고 해서, 만약 그대로 이어진다면 린이 그대로 보낼까 싶기도 해요. 킨더슐레 있던 곳은 3-5세 유아 대상이 될거란 계획이 있다던데, 요즘 다시 가서 여쭤보니까 그렇지도 않을거 같다고, 아직 미정이라고 하더라구요. 만약 킨더슐레 시스템을 상당히 가져가면서 영어유치원 함께 어우를꺼라면 그냥 계속 보낼까. 하고 막연히 생각중에 있습니다 ㅠㅠ
    아우, 안그래도 언제 꼭 뵈야 하는데, 언제 뵙죠? ;ㅁ;
  • 상혁 2010/09/13 01:54 # 삭제 답글

    헉 린이가 이렇게 컸다니~~~ *.*

    오랬만에 와서 보고 놀라고 갑니당 ^^
  • haru 2010/09/16 13:44 #

    헉 왜 갑자기 저에게 존대말을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오랫만에 나타나신거 아녜요? ㅋ
    잘 지내세용? 언제 뵈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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